돌이켜보면 짧지만 길었던 나의 뉴질랜드 생활은 거의 3년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뉴질랜드에 도착하지 몇 달 만에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남자 친구도 사귀고.. 쓰라린 아픔도 겪었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고 노력한다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생 경험으로 통에 알게 된 그 어느 날. 지금 까지 살아왔던 나의 방식들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남이 나를 싫어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순수했던 그날들이 이제는 까마득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한때가 되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면 사람들은 그러게 왜 함부로 사람을 만났냐고 물었지만 그때의 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차피 사람을 만나는 건 어딜 가나 다 랜덤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누군가를 만나는 게 두렵지는 않지만 상처를 받았을 때 뒷감당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선택된 나의 길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 처음 만났을 때는 거리를 둔다.
2.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지만 나쁜 점도 발견한다.
3. 할 말은 한다.
4. 하고 싶은 말 도 한다.
5. 마음의 벽이 있다.
일명 외향적이었던 나는 사람들과의 거리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한테 다가오지 않아도 기꺼이 다가가는 성격이었다. 엄청나게 호감형 외모를 가지고 있던 내가 아니라, 친구를 만들려면 그렇게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ㅋ). 당시 잘 나간다는 사람 옆의 벌 때들 중의 한 마리는 나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원래 내가 살던 방식인지 누구한테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몇 년간을 살다 보니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 안 받고 그냥 그래도 되는 사람, 완전 긍정적인 사람으로 남은 나는, 사람 바보가 되었다. 그게 괜찮은 줄 알았고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속으로는 피멍이 들고 있던 사실을 나도 몰랐다. 어떻게 그걸 모를까 하지만 가끔 등장하는 습관이 아니라 삶이 되어버리면 그게 병이 되는 줄 모른다 (마치 신천지처럼). 주변의 관계들이 그리고 그들을 대하는 내가 병이 돼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나는 주변에 맞춰가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간 쌓여온 스트레스는 집에서 풀었나 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나는 하면 안 되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했고 결국에는 하지 않았다. 그 말들은 속에 꽁꽁 쌓였다가 술 마시면 나와버리고 죄 없는 가족들한테 해버렸다. 그때는 그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었지만, 사회에 이상하게 적응해버린 내 성격이 만들어낸 최악의 상황들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아니기도 하고. 경험하고 살면 살수록 정답은 더 희미해져 가 버리는 것 같다. 내 인생은 내가 정할 거라고 했는데 지금 살아온 인생은 내가 정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풍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추상적인 질문에 어떠한 대답도 못 내리는 내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런 식으로 살아갈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 내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같이 흐리멍덩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면 그나마 위안이라도 삼거나 이게 무슨 똥 같은 글인가.. 하고 웃기라도 할 누군가들을 상상하며 글을 계속 써 내려가고는 있지만 역시나 계획했던 글이 아니라 두서가 없다.
내일이나 이번 주 안에는 디지털 마케팅 관련된 글을 써야지 내 삶에 대한 글을 쓰면 계획을 하든 안 하든 항상 이렇게 되어버린다. 어떤 사람의 삶이든 단 몇 문장 몇 문단으로 하루를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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